남부뉴저지한국학교 3대(2001-2006), 5대 (2008-2009) 교장직을 맡으셨던 故김영자 교장 선생님의 저서 "체리힐 일기"의 일부분을 싣습니다. 김영자 선생님께서는 2018년 11월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살아계실 때 찾아 뵙고 지난 한국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깊은 아쉬움을 책으로 대신할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아주 편안하게, 그러나 아주 단순한 공감의 마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끌어 당겼습니다. 책 속의 많은 글 중, 교사 생활의 하루, 한국학교의 일부, 그리고 책을 통하여 고인의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배려 하셨음에, 안식을 취하시는 故김영자 교장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편집부 올림 -

I.

초등학교 강당은 이른 새벽부터 부모들이 직장에 가기 전에 놓고 가는 이이들…(중략) 대부분은Craft table 모인다.

오늘은 요즘 한창 동네를 떠들썩하게 하는 우리 동네 필라델피아 풋볼팀인 Eagles 위해  ‘Eagles 이겨라!’라는 깃발을 만들기로 하고 초록색, 노란색 헝겊을 준비해서 아이들이 열심히 자르고 풀칠하고 공작을 한다.

가운데 Alex라는 5학년짜리 백인 소녀가  있다…(중략)이혼한 부모를 Alex 주중에는 엄마와 살다가 가끔 주말에 뉴욕에 사는 아빠를 만나러 간다. 예쁘고 상냥한데 자주 화를 내서 나를 불안하게 하는 아이기도하다. (중략)

마음이 안쓰럽고 주어야지 마음을 먹다가도 작업중 화를 자주 내고 터무니 없는 억지를 쓰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없이 짜증을 내게 된다.

그래도 상처 입은 영혼들을 달래 주어야지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오늘 아침 Alex 파란 부라우스에 아주 예쁜 꽃핀을 꽂고 있다. ‘ 있었어? 꽃핀이 예쁜데…’ 하고 인사를 했다. 여느때 처럼 Alex 열심히 작업을 해서 거의 끝나 가는데 난데없이 상대방 팀인 페트리옷 깃발(보스톤 )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배를 만드니 물론 시간도 촉박하고 샘플도 없이 일일이 자신이 생각을 내서 해야 하니 여러모로 좌절이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붓는, 여러 가지 신경을 건드리는 발언에 나는 되도록 참고 인내심을 최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공작을 치우고 클라스로 시간이 되었는데 Alex 새로 시작한 푸로젝은 겨우 반도 완성이 안되었다. 재촉을 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Alex하나도 마음대로 되는 없단 말야하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 이미 만들어진 예쁜 Eagles것까지 한몫에 꾸겨서 쓰레기통에 내던지는 것이 아닌가?

‘Alex, 너는 항상 화를 내니? 하나로 만족해야지 매사에 불평을 하는 거야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Alex 마주 화를 내는 나를 흘낏 보며 자리를 뜬다. 그때 나는 알았다. 벌써 졌다는 것을. 이렇게 해서 이른 아침에 나의 하루는 Alex 깃발과 함께 이미 쓰레기통에 들어가 버리고 것이다.

상념에 젖어있는 동안 겨울 짧은 해는 벌써 저만큼 옮겨져 있다. 그러나 하늘은 아직도 파랗게 물든 오히려 나를 들여다 보는 같다.

그래 심호흡을 하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오후 시간에 만나는 많은 학생들에게 사랑을 있도록 파란 하늘을 보고 숨을 힘껏 들이 쉬는 거야. 너는 있어스스로를 위로하며 오후에 학교 준비를 위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리힐 일기” p206~208)

II.

우리 한국학교에 지난 해보다 많은 학생들이 등록을 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학교는 일반 학교와다르게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들쑥날쑥이라 반을 편성하기에 애를 먹는다.

비록 미국학교에서 4학년이라고 해도 한글의 기역, 니은 자도 모르는 아이는 그렇다고 유치 반에 넣을 없고 한국에서 1학년 학생이 한글을 척척 읽고 쓴다고 해도 학년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학년 초마다 아이들 수준에 맞는 반을 찾게 하느냐고 야간 고심을 하는 것이 아니다. 되도록 반에 8명이 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데 이번부터는 4살짜리부터 등록을 시키기로 했다.

지난번 와싱톤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배운 것인데 4살짜리가 제일 언어 흡수력이 많다고해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선전이 안되어 그런지 겨우 2명이 왔으니 없이 5~6살짜리들과 같이 반을 짜서 유치 반에 넣었더니 선생이 쩔쩔맨다.

이미 글을 더듬더듬 읽는 아이들을 가르치랴, 4살짜리에게 연필 쥐는 법부터 가르치랴 보기에 딱해서 마침 자원봉사를 위해 나온 고등학생이 있어서 방에 배당했다. (중략) 우리 학생들이 공립학교에서는 모두 All A학생들이 분명한데 일단 한국학교에만 오면 마음이 푸근(?)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사고들을 많이 일으킨다.

소방서와 통하는 버튼을 눌러서 소방차가 오기도 하고 책상을 부수기도 하고 공책, 심지어 가방까지 팽개치고 가는 학생들이 있어서 토요일, 겨우 3시간 하는 수업이 무사고 안전을 비는 택시 운전수의 마음이다. (“체리힐 일기” P209, 210)

III.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이 개들을 좋아할까? 지난번에 어느 텔레비젼 프로에서 들으니 인간은 보통 자존심 때문에 서로간에 불화가 생기면 다시 화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애견들은 전혀 자존심이 없어서 조금 전에 주인에게서 호되게 야단을 맞고도 다시 오라는 신호만 하면 즉시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보다는 강아지가 좋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개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나는 아무래도 인간은 첫째도 인간을, 둘째도 인간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체리힐 일기” P215)